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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디니(Houdini®) 재킷 필드 테스트 리뷰 - 전미현 클라이머
후디니(Houdini®) 재킷 필드 테스트 리뷰 - 전미현 클라이머
전미현   |   May 10, 2021

이름|전미현

성별|여

신장|160cm

몸무게|53kg

착용 제품|Women's Houdini Jacket


코로나로 인해 자유롭게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길이 막혀 버린 지 1년이 되었고, 그때의 추억이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건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현재로서는 마지막이었던 멕시코 등반 여행이 그 어떤 여행보다 더욱 값지게 남아 계속 회상에 잠기게 만듭니다. 해외로 등반 여행을 나갈 때면 등반 장비, 취사 장비, 침낭, 개인 전자기기 등 필수 항목들이 거의 고정되어 있고 가져갈지 말지를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옷은 얘기가 좀 다른데, 천차만별인 대상지의 날씨가 어떤 옷을 가져갈지에 대한 결정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2월, 멕시코 북부의 암벽 등반 대상지 El Potrero Chico(엘 뽀뜨레로 치꼬)로 떠나기 전에 짐을 싸며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근에 큰 산들과 사막이 있는 스텝 기후(건조 한계와 사막 한계 사이의 기후)라는 그 곳은 겨울에는 평균 기온 0도~10도 정도인데 낮에는 거의 20도까지 오르다가도 밤에는 0도 가까이로 기온이 뚝 떨어질 정도로 일교차가 크고 기후가 급변하는 경우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입을 옷, 맑고 높은 기온이지만 그늘진 곳에서 입을 옷, 쌀쌀한 흐린 날에 입을 옷,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 입을 옷, 기온이 0도 근처까지 뚝 떨어지는 밤에 입을 옷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한겨울에 입을 옷을 제외한 모든 종류를 챙겨야 할 듯 보였습니다. 최대한 짐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옷들을 일단 한데 다 모아놓고 몇 번이나 옷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며 ‘이 옷이 과연 필요할까?’, ‘뭐 하나라도 뺄 순 없을까?’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머리 아픈 걱정과 고민을 덜어준 효자 같은 옷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후디니 재킷(Houdini Jacket)’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슷한 기능으로 쓰일 법한 옷은 하나라도 빼려고 골머리를 앓지만, 후디니 재킷 만큼은 전혀 그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건 굉장히 작게 패킹이 되고 무게도 가볍다는 데에 그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재킷의 가슴 부분에 있는 작디 작은 주머니 안으로 옷 전체가 들어가는 게 놀라울 정도인데, 짜리몽땅한 바나나 모양으로 패킹이 된 후디니 재킷은 텀블러 안의 빈 공간에 쏙 넣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짐이 많아도 이렇게 죽어 있는 빈 공간에 어디든 쑤셔 넣으면 그만입니다. 어깨나 허리에 항상 메고 다니는 보조가방에서도 후디니 재킷은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부담 없이 넣고 다니기에 좋았습니다. 짐을 쌀 때부터 망설이지 않고 덥석 집어 들고 등반 여행을 떠났고 후디니의 휴대성은 등반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멕시코 El Potrero Chico 등반지는 사막 기후이기 때문에 해가 비출 때는 뜨겁고 덥지만, 등반을 하다가 그늘이 진 구간에 들어서면 싸늘해지고 반팔 밖으로 드러난 팔뚝에 닭살이 돋기도 합니다.

 

이럴 때 바로 후디니 재킷이 또 한번의 효자 노릇을 하는데, 땀이 나는 등반 도중에는 패킹한 후디니를 비너(biner)에 걸어서 퀵드로나 캐밍 장비처럼 하네스에 툭 걸어놓으면 됩니다. 부피도 작고 무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워서 바람이 불면 흩날릴 정도니까, 첨예한 동작으로 집중하며 등반할 때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후디니가 행여나 등반에 방해가 될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등반해서 한 피치를 마무리 한 뒤, 뒤이어 올라오는 등반자의 빌레이를 보며 바위 한 중간에 매달려 있을 때는 후디니 재킷을 펼쳐 입으면 됩니다.

 


 

 

맑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그늘이 진 곳 이외에도 후디니는 비가 쏟아지기 직전의 습한 날씨 속에서도 보호막을 만들어줬습니다. Super Nova(5.11a)라는 루트를 오를 때가 딱 그랬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프로치를 해야할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이 루트는 온전히 해가 들지 않는 그늘 속에 있었기 때문에 매 피치를 마치고 바위에 매달려 있을 때마다 ‘썰렁하네’ 소리를 습관처럼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하네스에서 떼어내어 입은 후디니는 피치를 거듭해 나갈수록 계속 입고 있어야 했습니다.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라도 할 것처럼 구름 속에 갇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재킷이었더라면 등반 시작 전의 날씨만 생각하면서 휴대성을 핑계로 가져가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짐이 될 수 없는 후디니를 챙겨간 덕분에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오돌오돌 떨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등반 후 하강까지 마치고 산을 내려가면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도 후디니는 숙소로 걸어가는 내내 마지막으로 또 한 번 효자 노릇을 하며 본연의 임무를 100% 발휘했습니다. 빗방울 맺힌 후디니는 벗어서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걸어놓으면 금새 말라서 ‘언제 마르나~’ 하면서 이따금씩 만져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짐 속에 꾸겨져서 태평양 바다 건너 먼 타국까지 따라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이만한 효자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효자템은 국내외 산이나 바위뿐만 아니라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빛을 발휘합니다.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한여름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민소매나 반팔 티셔츠 속으로 양 팔을 집어넣고 싶을 만큼 추웠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손가방에 후디니 자켓을 넣고 다닌다면 무시무시한 에어컨 바람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 특유의 현란한 색 때문에 도심 한복판에서 입고 다니기 부끄러우신가요? 그런 걱정은 금물입니다. 어떤 색의 복장에도 무난하게 어울리고 멋쟁이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검정색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요! 말해놓고 보니 저도 검정색 후디니 하나 더 가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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