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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이 없는 길
[에세이] 흔적이 없는 길
김진석   |   Oct 26, 2021

도시에 살고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니 평소에 흙을 밟을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흔했던 모레와 흙이 요즘에는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도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콘크리트 안에 둘러싸여 있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고 계절이 변하는 걸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산이나 바다, 계곡과 들로 직접 찾아가지 않는 한 자연을 접하기가 어려워진 기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시간을 내어 일부러 산을 찾습니다. 사소하지만 산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잎이 돋아나고 또 색이 변하는 것들을 보고 있으면 에너지를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과 암벽, 그리고 등반 루트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등반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수많은 것들이 등반의 세계를 이루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등반지나 루트를 도전할 때는 산과 내가 긴밀하게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온몸의 감각들이 깨어나는 기분입니다.

 


 

설악산의 삼형제봉과 달마봉을 등반한 추억을 공유해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등반한 흔적이나 정보가 없는 곳이라 특히나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일반적인 암벽등반과는 다르게 필요한 로프나 확보물 등의 장비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없었고 등반 라인도 사진으로만 확인한 정도라서 정상까지의 등반 라인이 어떻게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등반이 어려우면 등반 도중에 하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정보라도 가지고 등반하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니 등반하는 매 순간 모든 감각을 세워야 했고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불확실함을 가지고 등반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게 무섭거나 두려운 감정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긴장감이 등반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등반 전에 확인했던 등반 시작 지점과 등반선을 고려해서 그에 맞게 출발 시간이나 필요 장비들을 선정하였고 다행히 계획한 대로 잘 맞아떨어져서 등반을 마칠 때까지 크게 문제없이 등반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힘들게 오른 정상에는 직접 올라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얄밉지만 어떤 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는 그 날 함께 등반했던 동료들만의 비밀로 부치겠습니다.

 


 

저는 어떤 특정한 루트를 오르고 싶다기보다는 최대한 오랫동안 등반 활동 자체를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을 포함한 많은 것들의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말해보자면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마음을 오래 유지하는 것입니다. 등반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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