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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길
[에세이] 끝나지 않은 길
박준섭   |   Oct 26, 2021

산속을 달리는 일은 마냥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날씨와 고도, 장애물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제 자신과 싸워야 하니까요. 달리는 것은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그냥 걷고 싶을 때도 있고 그저 앉아서 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 누군가 묻는다면, 산속을 혼자 달리고 있는 동안에는 나라는 사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좋아서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그 순간에는 나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되는지. 그게 제가 산을 계속 달리는 이유입니다.

 


 

산을 달리며 자연과 더 가까이 교감하고 가까워질수록 자연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자연은 멀리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늘 우리 곁에 존재하며 우리를 도와주고 있어요. 일출과 일몰, 구름과 하늘,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요. 우리와 자연은 연결되어 있고, 살아감에 있어서 자연이 없다면 우리의 삶도 없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했던 산 달리기 중에서는 백두대간 FKT 경험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산줄기로 북한의 백두산에서 남한의 지리산까지 총 길이가 1625km에 이릅니다. 남한 구간만 따져도 696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대전까지 올라오는 정도의 거리가 되죠. FKT는 Fastest Known Time의 약자인데 그 루트에서 가장 빠른 러닝 시간을 기록하는 걸 의미해요. 한 마디로 백두대간을 가장 빠르게 달리는 도전을 했던 거예요. 가장 힘들었고 가장 치열했던 산 달리기였습니다. 하루 평균 18시간을 걷고 뛰었고 평균 5시간을 잤으니까요. 2년 전 여름이었는데, 결국엔 무릎 부상으로 실패했어요.

 


 

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3개월을 과격하게 달리지 않고 휴식하며 회복에 집중했고, 중간중간 10~20분 정도 걷고 달리며 몸을 지속적으로 체크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도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외에는 요가에 집중하고, 음식도 채식 위주로 먹었습니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이완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나에게 무엇이 알맞는지 알게 해줬어요. 채식은 소화기관을 편하게 만들어주어 몸이 잘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회복된 이후에는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달리기를 하였어요. 지금은 오래 달린다고 해서 아프지는 않지만, 잔상이 남듯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지 않게 천천히 달리며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백두대간 FKT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해야 할 것들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를 관리하며 동시에 달리려다 보니 FKT에 집중하지 못하였어요. 편히 쉬질 못하니 성격이 예민해졌고 연쇄 작용으로 몸 이곳저곳이 망가졌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도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 50~70Km씩, 최소 2주일에 1번 정도 8시간 이상을 달리는 장거리 훈련을 하고, 편히 달릴 수 있는 완만한 구간보다 백두대간처럼 비슷한 환경의 수직적인 코스가 있는 북한산과 같은 코스에서 자주 훈련해야 한다는걸요. 2년 전의 백두대간 FKT는 실패했지만, 어떤 점을 보완하면 좋을지 어떻게 이겨낼지 이제는 알고있으니 결론적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할 저만의 끝나지 않은 레이스라고 생각하죠. 모두가 백두대간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고, 너무나 아름다운 이곳을 함께 꾸미고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제가 산 달리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이상적이고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산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의 저는 달리기 자체를 어려워했지만 계속 산을 달리면서 매일 달라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어요. 생각들,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 많은 부분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저를 그저 좋은 사람이 아닌 ‘나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결론적으로 성장하는 제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과 영감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엮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나가고 많은 사람들과 세상에 좋은 기여를 하고 싶어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산을 즐기고 달리기를 즐기도록 만드는 것. 제게 일어났던 긍정적인 변화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 다 함께 모여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것. 그렇게 될 수 있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오늘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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